제목 키워드 첫 문장 동화
1 방아찧는 호랑이 '호랑이', '오누이', '감자', '어머니', '뒷발' 옛날 옛적 어느 깊은 산골에 조그마한 오막살이 초가집이 있었어. 옛날 옛적 어느 깊은 산골에 조그마한 오막살이 초가집이 있었어. 이 집에는 어머니 아버지 아들딸 이렇게 네 식구가 살고 있었지. 하루는 어머니 아버지가 제 너머 잔칫집에 가느라고 오늘 이만 남아서 집을 보게 됐어. “산에서 호랑이가 내려올지도 모르니 문을 꼭 잠가놓고 있어라.” 어머니는 아이들한테 신신 당부를 했지. 올 때 떡이랑 고기랑 갖고 올 테니 이 감자나 구워 먹고 있어라.” 아버지는 감자를 한 수크레 내주고 갔어. 오누이는 문을 꼭 잠가놓고 감자를 구워 먹으면서 놀았지. 이때 산속에서 살아 나온 호랑이 한 마리가 어슬렁 어슬렁 내려왔어. “잡아먹을 것이 없나.” 하고 여기저기 살피면서 내려오는데 조그마한 오막살이 초가집에서 구수한 냄새가 술술 풍겨 나오는 거야. 문틈으로 슬쩍 들여다보니 오누이가 화롯불에 감자를 구워 먹고 있네. “옳거니! 저 아이들도 잡아먹고 감자도 뺏어서 먹어야겠다.” 호랑이는 당장 들어가려고 앞발로 문살을 득득 긁었어. 오누이는 갑자기 문을 들들들 끄는 소리에 깜짝 놀랐지. 문 등으로 가만히 내다보니 집채만 한 호랑이 한 마리가 앞발로 문살을 긁고 있거든. 얘 얼른 어머니 반지 고리 좀 가져와. 오빠가 소리쳤어 네 동생이 반지 고리를 가져오니까 오빠는 바늘을 있는 대로 집어다가 문둥이에 쑥쑥 박아놨지. 그 바람에 호랑이는 문살을 긁을 때마다 앞발이 바위를 콕콕 찔러 따갑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어. 호랑이는 얼른 문에서 발을 뗐지. 그런다고 네가 못 들어갈 줄 알고? 호랑이는 슬그머니 약이 올라서 딴 데로 들어갈 곳을 찾느라 집을 한 바퀴 빙 돌았어. 그러다 보니 부엌 아궁이가 눈에 띄거든. 아궁이로 들어가서 구들장을 뚫고 방으로 올라가야겠다. 호랑이는 다짜고짜 머리를 아궁이에 들이밀고는 엉금엉금 기어서 안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머리로 구들장을 떠받쳐 올랐지. 그런 줄도 모르고 오누이는 밖이 잠잠해지니까 마음을 놓고 감자를 구워 먹으면서 놀았지.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이번에는 방바닥이 들썩들썩하거든. 호랑이가 아궁이로 들어가서 머리로 구들장을 떠받쳐 올리니까 그렇지! 오누이는 헐레벌떡 부엌으로 나갔어. “오빠 얼른 헛간에 가서 집단 좀 가져와 봐.” 오빠가 집단을 가져오니까 누이동생이 집단을 물에 적셔가지고 아궁이에다 집어넣었어. 그리고 불을 지폈지. 물에 젖은 집단에 불이 붙으니까 어떻게 되겠어? 매캐한 연기가 풀썩풀썩 아궁이 속으로 마구 들어가는 거야. 그 바람에 아궁이 속에 들어가 있던 호랑이는 눈과 코가 맵고 따가워서 견딜 수가 없었지. “아이고 매워라! 아이고 매워!” 호랑이는 허둥지둥 굴뚝으로 튀어나왔지. 그런다고 내가 못 들어갈 줄 알고? 호랑이는 약이 더 올라서 딴 데로 들어갈 곳을 찾느라 또 집을 한 바퀴 빙 돌았어. 이번에는 아무리 둘러봐도 들어갈 만한 데가 없는 거야! 그런데 위를 딱 쳐다보니 볏짚을 얹어 놓은 지붕이 보이거든. “그래 저 지붕 위에 올라가서 방으로 내려가야겠다.” 호랑이는 사다리를 타고 지붕으로 올라갔어. 그러고는 볏짚을 물어뜯어 지붕에 구멍을 내기 시작했지. 방으로 들어온 오누이는 깜짝 놀랐지! 천장이 흔들흔들하더니 난데없이 구멍이 뻥 뚫리는 거야. 깜짝 놀라 쳐다보니 호랑이가 얼굴을 들이밀고 뻐끔히 내려다보고 있는 거야. “어 큰일 났다!” 호랑이는 오누이가 감자를 구워 먹는 걸 보고 입맛을 척척 다셨어. “이제 슬슬 내려가서 저 맛있는 걸 다 먹어볼까~” 호랑이는 방으로 내려가려고 슬금슬금 뒷다리부터 구멍에 집어넣었지. 그러고는 뒷발을 방바닥에 막 디디려고 하는데, “아이고 뜨거워!” 호랑이는 깜짝 놀라 발을 또 쑥 들어 올렸지. 조금 이따가 또 슬금슬금 뒷발을 내리니까 또 뜨거운 감자에 담아서 쑥 들어 올리고 조금 있다가 또 그러고. 오누이가 가만히 보니까 호랑이 뒷발이 내려오다 올라가고 다시 내려오다 올라가고 조금 있다가 또 그러고 또 그러고 이러거든. 그 꼴이 마치 방아를 찧는 것 같았단 말이야. “어? 재밌다! 호랑이가 뒷발로 방아를 찧네! 우리 저 호랑이 방아에다 좁쌀을 찍어보자!” 오누이는 좁쌀을 가져다가 화롯불에 뜨겁게 달궈서 호랑이 발밑에 갖다 놨어. 호랑이는 그것도 모르고 뒷발을 내리다가 뜨거우니까 들어 올리고 뒷발을 내리다가 뜨거우니까 들어 올리고 이렇게 잡고 방아를 찧었지. 하루 종일 찌어서 어느새 좁쌀 한 가마니를 다 찍게 되었지. 저녁이 돼서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와 보니, 아이고 세상에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지붕 위에 축 늘어져 있지 뭐야? 하루 종일 방아를 찍느라고 기운이 다 빠졌던 거지. 그러고 보니 오누이는 그동안 좁쌀 한 가마니를 다 지어놨거든. “어머 얘들아! 이 많은 좁쌀을 어떻게 다 찌었니!” “헤헤 저기 저 호랑이 방아로 찍었어요.” 호랑이도 잡고, 방아도 찍고 얼마나 좋아! 그 뒤로도 오누이는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오래오래 잘 살았더란다.
2 팥죽 할멈과 호랑이 '호랑이', '팥죽', '할머니', '죽', '팥' 산골에 홀로 사는 할머니가 팥 밭을 매고 있었어. 산골에 홀로 사는 할머니가 팥 밭을 매고 있었어. 날마다 밭을 매도 끝도 한도 없었지. 밭을 매고 돌아서기 무섭게 풀이 자라나곤 했으니까. "아이고아이고 힘들어라. 이놈의 밭 누가 대신 매 준다면 날 잡아가도 좋아." 힘에 부친 할머니가 넋두리를 했을 때야. "할멈 그 말이 참말이지?" 할머니 말이 끝나자마자 호랑이가 나타났지 뭐야? 할머니가 엉덩방아를 찧고 벌벌 떠는 동안 호랑이가 앞발 뒷발로 헤집고 다니며 밭을 내놓았지. "이제 잡아먹어도 되겠지?" 호랑이가 한입에 삼킬 듯이 달려들었어. "호랑이야 잠깐만." 할머니가 잠시 뜸을 들이며 궁리를 했단다. "어...언제 죽어도 죽을 목숨! 지금 죽어도 괜찮다만 밥, 죽도 못 먹고 죽을 생각에 눈을 못 감겠다." 호랑이는 무슨 말인가 하고 잠자고 있었지 "밭이 어물면 팥죽을 쑤어줄 테니 그때 오너라. 팥죽도 먹고 할멈도 먹고" 호랑이는 꼬리를 흔들며 어슬렁 어슬렁 사라졌단다. 바람이 쌀쌀해지자 파밭에 팥들이 실하게 잘 여물었어. 할머니는 팥을 걷어들여 팥죽을 쏘았단다. 가마솥에 설설 끓는 팍 죽을 휘젓다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슬피 울었지. "호랑이한테 잡아먹힐 게 서러워 운다." "맛난 팥죽 한 삽을 주면 살려주지." 알밤은 죽을 맛나게 먹고 아궁이 속에 숨었어." "호랑이한테 잡아먹힐 게 서러워운다." 맛난 팥죽 한 삽 주면 살려주지." 새똥은 팥죽을 맛나게 먹고 부엌 바닥에 숨었어. "할멈 어찌 그리 서럽게 우오?" 마당 구석에 있던 절구통이 뒤뚱뒤뚱 걸어와 물었어. "호랑이한테 잡아먹힐 게 서러워운다." "맛난 팝 죽을 주면 살려주지." 절구통은 팥죽을 맛나게 먹고 부엌문 뒤에 숨었어. "할 맘 어찌 그리 서럽게 우오?" 바깥벽에 걸쳐놓은 멍석이 도르르 미끄러지며 물었어. "호랑이한테 잡아먹힐 게 서러워 운다." "만난 팥죽 주면 살려주지." 멍석은 팥죽을 맛나게 먹고 부엌문 앞에 숨었어. 날이 어둑어둑해져서 호랑이가 찾아왔단다. "할멈 팥죽은 쑤어놨겠지?" "쑤어놨으니 맛봐 보렴." 할머니는 일부러 큰 소리를 냈어. 겁에 질린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말이야. 호랑이는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부엌으로 들어갔어. 호랑이는 침을 질질 흘리며 냄새를 쿵쿵 맡았어. 그러고는 솥뚜껑을 열었지. 그러자 "아이고 내 눈깔!" 아궁이 속에서 알밤이 톡 튀어나와 호랑이 눈알을 탁 때렸지. 호랑이는 눈알을 감싸고 펄쩍펄쩍 뛰었어. 그러다 그만 쇠똥을 밟고 차 보덕 미끄러졌지. "뭐야 아이고." 새똥 범벅이 된 호랑이가 허둥지둥 부엌문을 넘을 때야 절구통이 떼굴떼굴 굴러와 절굿공이로 납작하게 밀었어." 수제비 반죽처럼 납작해진 호랑이를 멍석이 돌이를 말아 놓았지. "아이고 나 죽네" 그러자 지게가 호랑이를 지고 강물에 풍덩 빠뜨려버렸단다.
3 꽃방귀가 퐁퐁퐁 '진달래꽃', '개나리꽃', '수선화', '대장', '도라지 꽃' 꽃방 귀가 퐁퐁퐁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언덕에 예쁜 꽃들이 살았어요. 꽃방 귀가 퐁퐁퐁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언덕에 예쁜 꽃들이 살았어요. 바람이 불면 꽃향기가 저 멀리 마을에까지 퍼졌죠. 좋은 꽃향기가 나는 이유는 바람이 불 때 꽃들이 퐁퐁하고 내뿜는 꽃방 귀 때문이었어요. 퐁퐁퐁 퐁퐁퐁 오늘도 저 너머 언덕에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자 꽃들은 모두 힘을 주고 방귀 내뿜을 준비를 했답니다. 대장인 분홍 진달래꽃은 말했죠. "자, 모두 준비됐니?" 옆에서 기다리던 노란 개나리꽃과 하얀 수선화가 입을 모아 대답했어요. "그럼!" 진달래꽃이 퐁퐁퐁 개나리꽃이 풍 풍 풍 수선화가 피수식 피수식.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와 함께 지독한 냄새가 났답니다. 대장 진달래꽃이 말했어요. "이게 무슨 소리야? 이 냄새는 뭐지?" 꽃들은 모두 이상한 냄새가 나는 쪽을 쳐다보았죠. 한쪽에 보라색 작은 도라지 꽃 하나가 힘을 주면서 열심히 방귀를 뀌고 있었어요. 대장 진달래꽃이 말했죠. "야! 넌 어쩜 냄새가 그렇게 구리니? 소리도 이상하고. 우리처럼 예쁜 소리를 좀 내봐." 개나리꽃과 수선화도 말했죠. "그래, 맞아. 너처럼 방귀를 뿜다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싫어할 거야." 도라지 꽃은 너무 속상했답니다. 앞으로는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도 방귀를 참기로 결심했어요. 도라지 꽃은 얼굴이 점점 노랗게 변했죠. 몸도 점점 부어올랐어요. 하지만 친구들을 생각해서 방귀를 꾹 참았답니다. 오늘도 바람이 산들산들 불자 꽃들은 너도 나도 방귀를 뀌었어요. 진달래꽃이 퐁퐁퐁, 개나리꽃이 풍 풍 풍, 수선화가 비시식, 피수식. 그때 지나가던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왔어요. "향기 좋은데. 전부 가져가서 우리 집 마당에 두고 싶어." 대장 진달래꽃은 깜짝 놀랐답니다. 얼마 전에도 고양이들이 꽃 친구들을 데려간 적이 있었거든요. "아! 큰일이다." 꽃들은 무서워서 벌벌 떨었어요. 그런데 그때 작은 도라지꽃이 그만 참고 있던 방귀 폭탄을 터뜨렸죠. "뽕." 이상한 소리와 냄새에 깜짝 놀란 아기 고양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답니다. 대장 진달래꽃이 말했어요. "아, 도라지 꽃! 아! 네가 우리를 살렸어. 그동안 놀려서 미안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줘." 이제 마음껏 방귀를 낄 수 있게 된 작은 도라지 꽃은 볼이 다시 발그레 해졌어요. 지금도 꽃들은 바람 부는 언덕에 옹기종기 피어서 꽃향기를 내뿜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답니다.
4 커다란 순무 '순무', '할아버지', '할머니', '손녀', '고양이' 햇살이 반짝반짝 비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이었어. 햇살이 반짝반짝 비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이었어. "오, 순무를 심기 딱 좋은 날인 걸."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함께 땅을 파서 순무 씨를 꼭 심었어. "순무야, 순무야, 아삭아삭 달콤하게 자라라." 할아버지는 오며 가며 물을 주고 잘 보살폈어. 시간이 지나자 순무 잎사귀는 커다랗게 높다랗게 자라 올랐어. 이제 순무를 뽑아 먹어야지. 할아버지는 순무 잎사귀를 힘껏 잡아당겼어. 하지만 순무는 꼼짝도 안 했지. "으, 아이고. 안 되겠다. 이리 와봐요. 할멈." 할머니가 쿵쿵 쿵 뛰어왔어 그러고는 할아버지 등을 꽉 붙잡았지. "어기영차." 아무리 끙끙 힘을 줘도 순무는 꼼짝하지 않았어. 할머니는 안 되겠다 싶어 ‘두리번두리번’ 손녀를 찾았어. "이리 좀 와봐라, 얘야." 소녀가 콩콩 달려왔어. 그러고는 할머니의 허리를 붙잡고서 낑낑 힘을 줬어. 어찌나 단단하게 박혀 있는지 순무는 꼼짝도 안 했어. 손녀는 계속 낑낑 힘을 쓰면서 소리쳤지. "이리 와 봐, 멍멍개야. 이리 와 봐 고양이야." 멍멍개와 고양이가 부리나케 뛰어왔어. 멍멍개는 손녀의 치맛자락을 꽉 물고, 고양이는 멍멍개의 꼬리를 꽉 물었지. 어찌나 깊이 박혀 있는지 순무는 뽑힐 생각을 안 해. 모두들 그만 힘이 빠져서 털썩 주저앉고 말았지. 그때 발밑에서 찍찍 생쥐가 말했어. "저도 도울게요." 그래서 생쥐는 고양이, 고양이는 멍멍개, 멍멍개는 손녀, 손녀는 할머니, 할머니는 할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는 순무를 꽉 잡고는 하나, 둘, 셋 세면 힘껏 잡아당기는데 드디어 순무가 뽑혔어. 엄청나게 커다란 순무야. 할아버지 할머니, 손녀와 멍멍개, 고양이, 그리고 생쥐는 모두 식탁에 빙 둘러앉았지. 커다란 순무로 무슨 요리를 할까 "야, 커다란 순무 판이야!" 순무로 만든 맛있는 파이를 다 함께 나눠 먹었대.
5 설문대할망 '할머니', '한라산', '다리', '사슴', '제주도' 아주 오래된 옛날이야기에요. 아주 오래된 옛날이야기에요. 제주도에 ‘설문대할망’이라는 할머니가 살았어요. 몸집이 어마어마하게 컸어요. 할머니는 물장구치기를 좋아했어요. 한라산 꼭대기에 앉아 다리를 뻗으면 한 쪽 발은 북쪽 바다에 다른 한쪽 발은 남쪽 바다에 닿았어요. 이렇게 긴 두 다리로 물장구를 치면 태풍이 분 것처럼 물이 높이 솟아올랐어요. ‘흐음, 산꼭대기가 뾰족해서 앉기에 불편해. 좀 치워버려야겠어.’ 할머니는 한라산 꼭대기에 있는 바위들을 번쩍 들어 바다로 휙휙 던졌어요. 물고기들이 놀라서 사방으로 흩어졌어요. ‘이제 흙도 좀 걷어내자.’ 할머니는 손으로 흙을 벅벅 긁어내어 치마에 주워 담았어요. 긁어모은 흙으로 산 아래 여기저기 쌓아 놓았어요. 그러자 없던 산과 섬이 생겨났지요. 사슴과 노루들이 새로 생긴 산들을 바라보며 깜짝 놀랐답니다. ‘이제야 좀 앉기가 좋네.’ 할머니는 한라산 꼭대기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어요. 어느 날 비가 많이 내렸어요. 움푹한 한라산 꼭대기에는 빗물이 고였어요. 비가 그치자 하얀 사슴들이 물가로 놀러 나왔어요. 사슴 그림자들이 물에 어려 물속이 사슴 집 같았어요. ‘아유, 사슴이 오줌을 누는 걸 보니 나도 오줌이 마렵네.’ 할머니는 산꼭대기에 쪼그려 앉아 쏴아- 하고 쏟아져 내렸어요. “홍수다, 어서 피해!” “저렇게 해가 떠 있는데 이게 웬 홍수야!” “으이그, 이게 웬 오줌 냄새야!” 사람들은 마구 쏟아지는 오줌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쳤습니다. “어허, 시원하다.” 할머니는 기분이 좋았어요. “이제는 배가 고프네. 하지만 섬에는 먹을 게 언제나 부족해, 안되겠다. 육지에 가서 먹을 걸 좀 가져와야겠어. 하지만 육지에 나가려면 예쁜 나들이옷을 입어야 하는데.” 할머니는 몸에 맞는 예쁜 명주옷을 입고 싶었어요. 그래서 할머니는 며칠이고 생각했어요. 섬사람들을 모아놓고 물어보기로 했어요. “나에게 육지까지 가는 다리를 놓아달라고 했었지?” 할머니가 가만히 말했어요. “네, 다리를 놓아 주시게요?” 사람들이 대답했어요. “그래, 다리를 놓아줄 테니 내 소원을 하나 들어줘.” 할머니가 말했어요. “소원이 뭔데요?” 사람들이 외쳤어요. “나에게 명주옷 한 벌만 지어주면 내가 돌을 옮겨서 다리를 만들어주지.” “좋아요!” 할머니의 옷을 지으려면 아주 많은 명주실이 필요했어요. 섬에 있는 명주실을 다 모았는데도 턱없이 부족했어요. ‘이걸로는 할머니 버선밖에 못 만들겠어요.’ 모두 누에를 열심히 쳐서 내년에는 꼭 할망의 옷을 만듭시다. 섬사람들은 열심히 누에를 쳤어요. 한 사람도 놀지 않고 누에를 쳤어요. ‘다리가 완성되면 걸어서 육지로 나갈 수 있대’ 아이들도 기대에 부풀어 열심히 어른들을 도왔어요. 일 년 뒤, 섬사람들은 열심히 모은 명주실을 가지고 한자리에 모였어요. “아이고 이런 어쩌면 좋아! 아주 조금 부족하네. 딱 한 필만 더 있으면 될 텐데.” 섬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조금 덜 만들어진 옷을 할머니에게 가져갔어요. “할머니 한 필이 모자라 이렇게 되었어요. 우리가 힘껏 만들었으니 이걸 입고 우리 소원을 들어주세요.” 할머니가 대답했어요. “에이, 안돼! 멋진 명주옷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잖아.” 할머니는 마음이 상해서 벌컥 화를 냈어요. “나도 이젠 다리를 놓아주기로 한 약속을 지킬 수 없어!” 섬사람들이 아무리 부탁해도 할머니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어요. 그리고 설문대할망은 등을 돌리고 터벅터벅 한라산으로 올라가버렸답니다. 설문대할망' 이야기는 이 세상이 생기게 된 내력을 밝히고 있는 천지창조 신화에요. 다만 '제주도'라는 특정 지역의 내력을 밝히고 있지요. 설문대할망은 대표적인 거인 신화로도 알려져 있어요. 한라산이 왜 지금과 같은 모양을 가지게 되었는지, 제주도는 왜 계속 섬인지 재미있는 전설로 함께 상상해 볼 수 있겠지요?.
6 세가지 질문 '황제', '은둔자', '학자', '세 가지', '어제' 한 황제가 있었습니다. 한 황제가 있었습니다. '나는 황제로서 많을 일들을 했다. 하지만 그 일들을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 어떤 사람과 같이 하면 좋고, 어떤 사람과 같이 하면 해가 되는지 미리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한지 안다면 후회하거나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 텐데 깊은 생각에 잠긴 황제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글을 써 붙였습니다.첫째, 언제가 가장 중요한 시기인가? 둘째, 누가 가장 중요한 사람인가? 셋째,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한가? 위의 물음에 좋은 답을 해 주는 자가 있다면 큰 상을 내리겠노라.- 황제 많은 학자들이 이 글을 보고 황제를 찾아왔습니다.황제는 매우 흡족해하며 입을 열었습니다."자, 그럼 첫 번째 물음에 답해 보시오. 일을 언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겠소?" 한 학자가 말했습니다."일을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일의 예정 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생기면 미리 계획한 대로 실천하면 됩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학자가 말했습니다."무슨 일이 언제 생길지 예측할 수 없는데 어떻게 예정 표를 만든단 말입니까? 그보다는 항상 긴장하여 빈틈없이 세상일을 살피 고, 중요한 일의 순서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힘써 처리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그러자 황제 앞에 모인 다른 학자들도 모두 한 마디씩 했습니다.'항상 빈틈없이 세상일을 살피고 대비한다 해도 많은 일을 황제께서 혼자 결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현자를 곁에 두어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마법사를 불러 미래의 일을 미리 알아보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두 번째 물음에도 학자들의 의견은 달랐습니다."황제께 제일 중요한 사람은 훌륭한 정치가입니다.""거룩한 성직자가 더 중요합니다." “황제의 건강을 살펴 주는 의사는 어떻고요?""누가 뭐래도 황제와 나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군인이지요."학자들은 세 번째 물음 역시 자신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할 뿐이었습니다.황제는 낙심하여 말했습니다."여러분의 의견은 내 물음에 대한 답으로 충분치 않소." 황제는 어떤 학자에게도 상을 내리지 않았습니다."나의 물음에 답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단 말인가?" 마음이 답답해진 황제는 지혜로운 '숲속의 은둔자'를 찾아 나섰습니다.그 은둔자는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돈 많고 권세 있는 도시 사람들보다는 평범한 시골 사람들과 어울려 지냈습니다. 그래서 황 제도 화려한 옷 대신 수수한 옷으로 갈아입고 따르던 경비병들을 남겨 둔 채 은둔자의 오두막을 찾아갔습니다.한참을 걸어 은둔자의 오두막에 이르렀을 때 몹시 마른 한 사내가 받을 일구고 있었습니다."어서 오십시오."은둔자는 황제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다음 하던 일을 계속했습니다.황제는 은둔자에게 다가가 조용히 세 마지 물음을 이야기했습니다."지혜로운 은둔자여, 부디 세 가지 물음에 현명한 답을 해 주십시오. 언제가 가장 중요한 때입니까? 누가 가장 중요한 사람입니까? 또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입니까?"은둔자는 아무런 말이 없이 힘겹게 괭이질을 계속했습니다.아무런 답을 듣지 못한 황제가 이번에는 은둔자의 괭이를 붙잡으며 말했습니다."제가 할 테니 잠시 쉬시지요." "고맙습니다."은둔자는 황제에게 괭이를 넘기고 밭둑에 앉아 쉬었습니다.두 이랑쯤을 판 황제가 손을 멈추고 다시 물었습니다."제가 말씀드린 세 가지 물음에 대해 답을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그러나 은둔자는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황제는 다시 밭을 일구기 시작했습니다.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이 흘러 해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황제가 괭이질을 멈추며 말했습니다."지혜로운 은둔자여, 저는 조금 전 드린 물음에 답을 구하고자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대답해 줄 수 없으신 겁니까?" 그러자 은둔자가 말했습니다.“누군가 이리로 급히 오는군요." 황제가 숲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은둔자의 말대로 숲 쪽에서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가 허둥지둥 달려왔습니다.그 사내는 배를 움켜쥔 채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움 커 쥔 손가락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나왔습니다."쯧쯧, 이렇게 큰 상처를 입고 여기까지..." 황제는 은둔자와 같이 사내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닦고 수건으로 싸매 주었습니다. 피는 쉽사리 먹지 않았습니다. 황제는 다 친 사내를 은둔자의 오두막집으로 옮겨 침대에 눕혔습니다.깊은 밤, 하루 종일 걷고 밭을 일군 황제는 문지방에 기대앉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이튿날 새벽, 일찍 눈을 뜬 황제는 잠시 어리둥절했습니다. 다친 사내가 침대에 누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야 어제의 일들이 기억났습니다.수염이 덥수룩한 사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황제에게 말했습니다.“저를 용서하십시오."“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는데 용서라니......?""황제께서는 제 형을 죽였습니다. 재산도 모두 빼앗았지요. 저는 오래전부터 복수를 하기 위해 때를 기다려 왔습니다. 그러다가 황제께서 홀로 은둔자님의 오두막을 찾아가신다는 소문을 듣고 숲속에 숨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황제는 깜짝 놀랐지만 그 사내의 말을 더 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사내는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어 갔습니다.“그러다가 해가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으셔서 숲 밖으로 나가 상황을 살피려다가 황궁의 경비병들에게 들켜 부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다가 황제께 도움을 받은 것이지요. 황제께서 저를 치료해 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황제를 죽이려 했는데, 황제께서는 저를 구해 주셨습니다. 제가 살아난다면 저는 물론 제 자식들까지 당신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사내의 말을 들은 황제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오. 내가 당신의 재산을 빼앗았다면 모두 돌려주겠소." 황제는 사내의 몸이 다 나을 때까지 시종과 의사를 보내 치료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사내와 헤어진 황제는 다시 은둔자를 찾아 밖으로 나갔습니다. 은둔자는 어제 파 놓은 밭이랑 사이에 재소 씨앗을 심고 있었습니다."지혜로운 은둔자여, 부디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주십시오.""그 답은 이미 알고 있을 텐데요.""저는 아직 답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자 은둔자는 황제를 보며 말했습니다."당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만일 어제 나를 도와 밭을 일구지 않았다면, 돌아가는 길에 숲속에 있던 그 사내는 당신을 덮쳤을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밭을 일구던 때가 가장 좋은 때였고, 아울러 목숨을 건져 준 내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겠지요.또한 나를 도와 선한 일을 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 사내를 만나고 난 뒤에 가장 좋은 때는, 그의 상처를 치료해 준 순간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와 화해하지 못하고 죽었을 테니까요. 그러니 가장 중요한 사람은 상처 입은 사내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당신이 그에게 도움을 준 일입니다."은둔자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이었습니다."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입니다. 지금이 무슨 일인가를 할 수 있는 '당신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또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일은 '선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오직 선한 일을 하기 위해 이 땅에 보내졌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새기길 바랍니다.
7 견우와 직녀 '직녀', '견우', '은하수', '두 사람', '까치' 아주 오랜 옛날, 하늘나라 임금님에게는 직녀라고 하는 예쁜 딸이 있었어요. 아주 오랜 옛날, 하늘나라 임금님에게는 직녀라고 하는 예쁜 딸이 있었어요. 직녀는 마음씨가 곱고 얼굴도 예뻤기 때문에 하늘나라 선녀들은 모두 직녀를 좋아했죠. "직녀님은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우실까?" 선녀들은 땅에 내려갈 때마다 숲속의 동물들에게 자랑을 했어요. "우리 공주님은 베 짜는 솜씨가 좋아서 이름도 직녀라고 한단다." 그래서 동물들도 직녀를 좋아하게 되었죠. 꽃향기 고운 어느 봄날, 직녀는 궁궐 밖으로 나갔다가 소를 몰고 나온 청년을 만났어요. 늠름한 그 청년의 이름은 견우였어요. 견우란 소를 잘 몬다는 뜻이었죠. 두 사람은 눈빛이 마주치자마자 서로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견우와 직녀는 서로 결혼을 약속했어요. 이 사실을 알게 된 하늘나라 임금님은 불같이 화를 냈어요. 공주가 소를 모는 청년과 만난다니, 두 사람을 당장 은하수 밖으로 내쫓아라! 견우와 직녀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각각 동쪽과 서쪽으로 떨어져 살게 되었어요. 은하수는 하늘나라에서 가장 깊고 넓은 강이어서 두 사람은 서로 만날 수가 없었답니다. 임금님은 1년 중 단 하루만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날이 바로 칠월 칠석날이었죠. 그러나 은하수를 건널 수 없는 두 사람은 서로를 애타게 부르기만 했어요. 직녀님 보고 싶어요! 견우님, 저도 보고 싶어요! 견우와 직녀는 폭포수처럼 눈물을 흘렸어요. 두 사람이 흘린 눈물은 강을 넘치게 하고 집과 산을 모두 잠기게 했죠. 땅에 사는 동물들은 이날만 되면 집도 잃고, 먹을 것도 잃게 되어서 걱정이 태산 같았어요. 어느 날, 숲속의 동물들이 회의를 했어요. 칠월 칠석이 며칠 안 남았어요. 올해에도 물난리가 날 텐데 어떻게 하죠? 여우가 말하자, 독수리도 한마디 했어요. 견우님과 직녀님이 은하수 반대편에서 눈물을 흘리는 걸 보면 마음이 아파요. 동물들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때, 조그마한 아기 까치가 말했죠. 까치들과 까마귀들이 함께 은하수에 다리를 놓으면 어떨까요? 그래, 정말 좋은 방법이다! 동물들은 모두 기뻐했어요. 드디어 칠월 칠석날이 왔어요. 은하수 반대편에서 눈물짓고 있던 견우와 직녀는 깜짝 놀랐답니다. 갑자기 까치와 까마귀들이 은하수에 가득 모여들더니 서로의 꽁지를 물고 늘어서는 거예요. 그러자 은하수 위에는 긴 다리가 생겼답니다. 아기 까치가 말했어요. 견우님, 직녀님! 어서 은하수를 건너세요. 한달음에 달려온 두 사람은 다리 중간에서 만났어요. 그리고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죠. 두 사람이 흘린 기쁨의 눈물은 맑고 영롱한 이슬비가 되어 땅에 내렸어요. 동물들은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죠. 앞으로는 칠월 칠석날이 돼도 큰 비가 오지 않을 거야. 그 후로 견우와 직녀는 칠월 칠석날이 되면 까치들이 놓아준 다리에서 만날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해마다 이 무렵이 되면 까치와 까마귀들의 머리가 벗겨진답니다. 견우와 직녀가 머리를 밟고 지나갔기 때문이죠.
8 나는 내가 좋아 '엄마', '공주', '돼지', '아빠', '친구' 내 이름은 김아영. 내 이름은 김아영. 새로 산 원피스! 오늘 유치원에 입고 가면 친구들이 뭐라고 할까? 그런데 친구들은 나를 보자마자 "김하영 공주 옷 입었구나! 돼지 공주!" "돼지 공주!" "난 돼지가 아니라 그냥 통통한 건데." 선생님이 짝꿍을 칭찬해요. "어머 정말 잘 그렸다. 그림도 잘 그리네." 나는 슬그머니 내 그림을 가렸어요. 나도 열심히 그렸는데 엉망이야. 엄마에게 주스를 주려고 했는데 그만 엎지르고 말았어요. "아휴, 또 말썽이야" 난 왜 잘하는 게 없을까 맨날 실수만 하고…. 거울 속에 내 모습은 엉망. 내가 콩알만큼 작아진 것 같아요. 아무도 없는 곳에 콕 숨고 싶어요. 그런데…. 무슨 소리지? 환한 불빛 속에 엄마 배가 보여요. "우리 아기 어떻게 생겼을까?" "아가야. 너를 만나려고 꼬박 열 달을 기다렸단다." 다정한 엄마 아빠의 목소리. 아기가 엄마 품에 꼭 안겨 새근새근 잠들었어요. 엄마가 아기를 보며 웃어요. 아기가 작은 다리로 몸을 일으켰어요. 겨우 몇 발자국 걸었을 뿐인데 엄마 아빠가 손뼉을 치며 기뻐해요. 부럽다. 아기가 아픈가 봐요. "우리 아기 얼른 낫게 해주세요. 아가야 아프지 마." 엄마가 기도해요. "아가야, 태어나줘서 고마워."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모두 축하해줘요. 나도 아이처럼 사랑받고 싶어요. 그때 아이가 고개를 돌렸어요. 어머나! 그 아이는 바로 나였어요! 그 아이가 바로 나라니. 나는 보잘것없는 아이가 아니에요. 엄마 아빠의 귀한 보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이. 내가 달리기에서 넘어져서 꼴찌를 했지만 그래도 괜찮아. 울지 않고 끝까지 뛰었거든. 난 내가 자랑스러워.
9 게으름쟁이 로로의 하루 '로로', '엄마', '몸', '보보', '눈'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아이를 알고 있나요?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아이를 알고 있나요? 바로 로로예요. 얼마나 움직이기 싫어하는지 몸을 한 번 뒤집는데도 한참이 걸린답니다. 로로가 바닥을 꿈틀꿈틀 기어가요. 동생 보보가 보았죠. "형아, 여기서 뭐 해?" "어, 씻으려고." 로로가 세수하러 가는 길이군요. 기어서 말이에요. 로로가 화장실 거울 앞에 섰어요. 왼쪽 눈에 눈곱 하나, 입가에 치미 자국, 검지에 물을 살짝 묻혀 찍찍. 세수가 끝났대요 "로로야 밥 먹자." "밥을 먹으면 양치도 해야 하고, 똥도 눠야 되고 귀찮아." "이 녀석을 그냥…" 엄마는 로로의 입속에 밥을 한가득 밀어 넣어요. 로로가 소파에 앉았어요. 그런데 몸이 배배 꼬이는 걸 보니 오줌이 마려운 모양이죠. 화장실에 가는 게 귀찮은 로로. 이런 상상을 하고 있겠죠. 슈우우우웅! "형아, 나가서 놀자." 동생 보보가 졸라요 "귀찮아." 엄마와 보보가 로로를 질질 끌고 나가네요. "놀자!" "나가서 좀 놀아라." 놀이터에 온 보보는 신나게 미끄럼을 타고 놀아요. 로로는 "귀찮아… 앉아 있기만 해야지." 빙글빙글 돌아가는 놀이기구에 있어요. 어지러워도 내려오는 게 귀찮으니 꾹 참을 수밖에요. "어휴, 정말 힘든 하루였어." 집에 돌아온 로로가 침대에 누웠어요. 그때 굼벵이 한 마리가 창틀에서 꼼지락꼼지락, 꿈틀 꿈틀. "너는 참 좋겠다." 로로와 굼벵이의 눈이 마주쳤어요. 그 순간 로로의 몸이 침대 아래로 쑥 빨려 들어가더니 여기가 어디일까요. 온통 깜깜하고 축축해요. 굼벵이들뿐이에요. 게으른 로로는 이곳이 마음에 들어요. 굼벵이들 틈에서 빈둥거리고 있죠. 몸도 조금 동글동글해진 것 같아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조용해요. 로로가 고개를 움직여 보았어요. 그런데 고개가 뻣뻣하게 굳어서 돌아가지 않아요. 이대로 영영 굳어버리면 어떡하지? 엄마가 보고 싶었어요. 움직일 수가 없어 로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요. "마구 달리고 싶어… 여기서 나가고 싶어…" 로로는 겁이 났어요. 이대로 영영 굳어버리면 어떡하지 로로는 힘껏 발버둥 쳤어요. "다시 돌아갈 거야!" 로로가 힘차게 발을 뻗는 순간 로로를 둘러싼 단단한 껍질이 부서졌어요. 환한 빛이 들어와요. "엄마!"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아이 로로는 벌떡 일어나 엄마에게 달려갔어요. 로로는 꿈을 꾼 거예요. 앞으로 어떻게 됐을까요. 이젠 굼벵이를 부러워하지 않겠죠.
10 소파 방정환 '방정환', '일본', '삼촌', '경찰', ‘어린이’ 방정환은 어려서부터 책을 참 좋아했어요. 방정환은 어려서부터 책을 참 좋아했어요. 다섯 살 때는 할아버지한테 천자문을 배웠죠. "하늘 천 땅 지 하늘 천 땅 지" 꼬마 방정화는 할아버지를 따라 열심히 천자문을 외웠답니다. 그러던 방정환이 여섯 살이 되던 해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로 빼앗았답니다. "우리가 왜 일본한테 나라를 빼앗겼어?" 방정환이 학교에 가는 삼촌을 붙잡고 물었어요. "나도 몰라 힘이 모자라서 빼앗겼대." "삼촌 나도 학교에 갈래." "안 돼 넌 더 커야 해." '안 되겠다. 삼촌을 몰래 따라가 봐야지' 방정화는 학교에 무척 가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살금살금 삼촌들을 따라갔죠. 이웃과 학교 앞에 나왔답니다. "우와 집이 굉장히 크다. 형아랑 누나들도 많네" 학생들을 보고 방정환의 입이 딱 벌어졌어요. "삼촌이 어디로 갔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방정환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요. 교실마다 학생들이 칠판을 보고 공부하고 있었죠. "어? 삼촌은 어디서 공부하고 있지?" 방정환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삼촌을 찾을 때였어요. "너는 누구냐?" 뒤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답니다. 뒤돌아보니 낯선 아저씨가 우뚝 서 있었어요. 바로 교장 선생님이었죠. "너 이름이 뭐냐" "어 방정환입니다." "여기는 왜 왔냐 "어…" "옳지 너도 학교에 다니고 싶은 모양이구나" "네!" 방정화는 고개를 끄덕거렸어요. "학교에 다니려면 그 댕기머리를 깎아야 하는데..." "저 깎을게요!" 방정환은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에 얼른 말했어요. 교장선생님은 다짐을 받고 방정 안에 기다란 댕기머리를 싹둑 잘라버렸죠. 집에 돌아오니 할아버지가 무섭게 야단을 쳤답니다. "그깟 서양 공부를 한다고 조상 대대로 길로 온 머리를 댕강 자르다니 이 멍청한 녀석아 어서 바지를 올려라" 그날 방정화는 핏자국이 나도록 회초리를 맞았답니다. 그래도 학교에 다니는 일은 정말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방정환은 이야기를 무척 재미있게 잘했어요. 이야기를 하면 동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듣곤 했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답니다. 이야기를 하던 방정환이 말했어요. "얘들아 우리 모임을 만들어 좋은 일을 해보자 좋아 좋아" 아이들은 모두 찬성했죠.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소년 입지회라는 모임이었답니다. 방정환은 소년 입지회 아이들과 함께 연극도 만들었어요. 동네 사람들이 구경을 왔죠. "어머나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연극을 재미있게 잘하지?" "나는 웃다가 허리가 부러질 뻔했어" 사람들은 연극이 끝난 뒤에도 오래오래 자리에서 일어날 줄을 몰랐습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어요.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일본 경찰이 집으로 들이닥쳤어요. 대학생 방정환이 몰래 독립을 주장하는 신문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방정환은 신문 만들 때 쓰던 기계를 얼른 우물 속에 던져 넣었답니다. 일본 경찰은 집안을 홀랑 뒤졌어요. 하지만 허탕만 치고 말았죠. "바른 대로 말해라 너희 집에서 독립신문을 만들었지?" 일본 경찰은 방정환을 끈으로 묶고 방망이로 마구 때리기 시작했답니다. 하지만 방정환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어요. 다행히 증거가 없어서 방정환은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답니다. "그래 나라가 잘 되려면 어린이들을 잘 키워야 해. 앞으로는 어린이들을 위해서 일하자." 방정환은 그렇게 마음을 먹었답니다. 그리고 맨 먼저 어린이들이 읽을 책을 만들었어요. 사랑의 선물이라는 책이었죠. 외국의 어린이 책을 우리 말로 쓴 책이었답니다. 방정 한은 어린이라는 잡지도 만들었어요. 또 어린이들에게 동화도 들려주었죠. 어린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재미있어 했어요. 방정화는 동물 흉내, 여자 흉내, 아기 흉내를 천연덕스럽게 잘 흉내 냈답니다. 어떤 때는 어른들도 몰려와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었죠. "아이고 거참 희한하네. 어떻게 흉내를 그렇게 재미있게 잘 내세요?" 그러던 어느 날 일본 경찰이 방정환을 잡으러 왔답니다. "방정환이 아이들을 모아서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 그 자를 당장 잡아 가두어라!" 하지만 방정환은 당황하지 않고 여느 때처럼 아이들을 위해서 동화를 읽어주었어요. "옛날에 옛날에 콩쥐와 팥쥐가 살았단다." 방정환의 이야기에 경찰들은 귀를 기울이게 되었죠. "음 그거 참 재미있는데?" 일본 경찰은 제 할 일도 있고 이야기에 흠뻑 빠져버렸답니다. 콩쥐가 고생하는 장면을 말할 때는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훌쩍거렸어요. 일본 경찰도 눈을 껌뻑이며 눈물을 찔끔 흘렸죠. "그래, 내가 아이들을 위해 일하려면 공부를 더 해야 해." 그렇게 생각한 방정환은 얼마 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답니다. 일본에 공부하러 와 있던 유학생들이 모여들었죠. 그때 방정환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어요.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모임을 만듭시다. 새로 자라는 어린 꿈나무들을 올바로 키워서 우리나라를 되찾고 다시 발전시킵시다!" 그렇게 해서 방정환은 그들과 함께 '색동회'를 만들었어요. 색동회에서는 어린이들이 부를 노래 만들기, 재미있는 동화책 만들기, 이야기 써서 들려주기 같은 많은 일들을 했죠. "어린이들은 나라의 소중한 보물이랍니다. 우리 단 하루 만이라도 어린이들을 사랑하자는 뜻으로 어린이날을 만듭시다." "좋소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린이날이 만들어지게 되었답니다. 방정환은 공부를 마치고 나라로 돌아와 더더욱 열심히 어린이들을 위해 일했어요. 동화 대회도 열고 책도 만들어 나누어 주었죠. "아이고 좀 쉬어가면서 하세요." 사람들이 모두 말렸지만 그래도 방정환은 쉬지 않았답니다. 우리 어린이의 다정한 벗, 방정환. 그의 이름은 이 땅의 어린이들과 함께 영원히 빛날 거랍니다. 일제 식민지 시절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어린이 운동에 힘쓴 방정환 선생님은 우리 친구들의 영원한 친구랍니다.